2009년 8월 24일 월요일

국가와 국민, 국장과 국민장의 관계


2009년 한 해에 두 분의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제15대 김대중 대통령은 국장으로 장례절차를 치르었고,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장으로 장례절차가 진행되었다.

 

국장과 국민장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국장·국민장에관한법률>과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장의비용

(법 제5조)

조기게양

(법 제6조①)

 공휴일

(법 제6조②)

 장의기간

(영 제10조)

 국장

 전액 국고 지원

국장기간 중

국장일

9일 이내

 국민장

 일부 국고 지원 (임의규정)

 국민장일

 -

7일 이내

보면 알다시피 국장의 격(格)이 국민장에 비해 높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드는 궁금증.

 

"왜, 국장이 국민장보다 격이 높은가?"

 

국장은 국가로 치환될 수 있을 것이고, 국민장은 말그대로 국민으로 치환될 수 있다.

 

다시말해, 이는 '국가>국민'이라는 의식의 반영이라고 할 것이다. 국가가 국민보다 '높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또 혹자의 말을 빌리자면 '국가없는 인민은 존재할 수 있어도 인민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음에도, 우리-혹은 입법자-의 뇌리에 뿌리깊게 국가가 국민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의식이 남아있는 증거중의 하나로 보인다.

 

(증거야 많지만서도 - 또다른 대표적인 예가 "국기에 대한 경례"아닌가?)

 

결론은 '국가가 국민보다 우월하다!'라는 것이지만, 나중에는 국민장의 격을 국장보다 높이는 것도 민주적 가치에 맞는 법 개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덧,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2009년 8월 18일 화요일

<해운대> 감상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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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cafe.naver.com


 관람객 1000만을 향해가고 있는 영화 <해운대>.

 

 그 내용은 사실 굉장히 뻔하고 단순하면서도 예상가능한 범위 내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

 

 재난과, 사랑과, 가족애와, 지역사회.

 

 조금 우는 사람은 있긴 했지만, 딱히 와닿지는 않는 결말이었다고나 할까.

 

 (물론, 후반부 20~10분사이에 화장실-_-을 다녀온 크리가 있을지도... 쿨럭;;)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시원한" 영화다.

 

 쓰나미가 집채...보다 훨씬 큰 규모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서, 절로 한기가 느껴졌다. 해운대와 부산이 바닷물에 잠겨가는 모습을 보면, 부산 사람이면 정말로 공감이 많이 될것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고.

 

 또한 "재밌는" 영화다.

 

 혹자는 '후반부에선 실소'라고도 하더라만, 어쩄거나 사이사이 나오는 유머와 상황설정은 웃음을 자아내는데에는 성공하였다.

 

 

 그런의미에서, 개인적인 점수를 주자면, '영화관에 가서 돈 내고 볼 가치'를 별 3으로 기준할때, 별 3.5/5 정도로 주고 싶다. 한번정도는 여름에 시원하게 볼만한 영화.

2009년 8월 13일 목요일

라이어 1 감상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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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ask.nate.com


 연극을 한 번 보려고 했는데 무얼 볼까 하다가, 디씨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서 추천해 준 <라이어>를 보았다. 전체적으로는 폭소를 불러일으키는 연극이었다. 만족스러웠다. 대학로 틴틴홀에서 보았는데 공연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다.

 

 다만 내용상으로 다소 좋지 않다고 생각은 든다.

 

 성적 소수자 - 동성애자라든지, 의상도착자(이것도 문제가 있는 용어이긴 하지만) - 에 대한 희화화를 통해 웃음을 이끌어내는 면이 있어, 그 점에서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라기보단 부적절하달까? 물론 분위기 상으로는 굉장히 재미있는 연극이었음에도, 성적 소수자 당사자들이 본 연극을 본다면 거북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형사들이나 주인공 존의 첫 아내인 메리 등이 보여준 호모포비아적인 반응은 특히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는 굉장히 아쉬운 연극이라고 하겠다. 물론, 본 연극이 처음 만들어진 시기를 고려하자면 어쩔수 없을 수도 있겠으나, 더구나 이러한 희화화 그 자체가 굉장히 웃음을 만들어내는 중추적인 요소여서 더욱 그러하겠으나, 그럼에도 무언가 고칠수 있으면 고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짧은 생각을 해 본다.

 

 어쨌든, 성적 소수자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적인 이성애자들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체평점을 주자면 별 다섯개 중 네개 반.

2009년 8월 12일 수요일

법의인류학의 세계로

법의인류학의 세계로

 

 -미드 Bones, CSI에서 보던 법의인류학을 맛보다 -

 

 

 

△ 인골의 '해부학적 자세'.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발굴인골조사실(bones.or.kr)

 

 지난 25일에 이어 7월 2일, 법의인류학 특강이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16동) 인류학과 실습실(448-1호)에서 있었다. 강사는 인류학과 석사과정인 정양승 씨. 이번달 말  소위 '시체농장body farm'이 있는 곳으로, 법의인류학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대학인 테네시 대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기 위해 출국할 예정이다.

 

 인류학은 크게 네 분야로 나뉜다. 이는 문화인류학Cultural Anthropology, 언어인류학Linguistic Anthropology, 고고인류학Archaeological Anthropology, 체질인류학Physical Anthropology이다. 서울대에서는 고고인류학 분야가 고고미술사학과로 분과되어 있어 남은 세 분야를 인류학과에서 연구하고 있다. 법의인류학은 이 중 체질인류학에 속한다.

 

 정양승 씨는 "법의인류학 등 체질인류학 부문을 연구하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며 "연구분야를 조금이나마 알리고자 이와 같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약 24명의 참가자들은 그의 말을 귀기울여 들으며 특강에 활발히 참여하였다. 특강은 법의인류학에 대한 개략적 설명과, 실습으로 이루어졌다. 인골을 맞추어보고, 성별을 추론해보며, 연령을 맞춰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실습에 사용된 인골은 모두 실제 인골. 서울 은평뉴타운 개발지구에서 발굴된 인골로, 대략 조선시대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테이블당 4구의 인골이 주어져 각각 실습할 수 있었다.

 

 "사람의 성별을 맞추어보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Pelvis, 즉 골반입니다. 몇가지 방법이 있는데 편리한 방법은 대좌골절흔을 찾아보는 방법이죠. 각도가 비교적 좁을수록 남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사의 설명을 듣고 참가자들은 서로 다른 뼈를 비교해 보면서 "앗, 정말 그렇다"는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다.

 

 "또 다른 방법은 두개골을 보는 방법입니다. 눈썹 사이 뼈가 튀어나오거나 다소 수직에서 멀다면, 남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유양돌기가 많이 닳아 있다면, 남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사는 또한 Variation을 강조한다.

 

 "이와 같은 기준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 대체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완벽하게 맞다고 할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여러부분을 살펴보면 대개 정확하게 맞출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연령을 추정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청소년의 경우에는 뼈의 길이, 치아의 맹출eruption, 유치의 여부, 골단결합정도 등을 통해 추론할 수 있다고 한다. "골단결합은 뼈의 끝과 골간(骨幹)이 아직 덜 붙으면 성장중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성장판이죠." 성장판이라는 소리에 모두들 "아~"라는 탄성과 함께 알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기자의 테이블의 4번째 인골이 바로 10대 후반 소녀의 뼈였다. 정강이뼈는 골단결합이 채 이루어지지 않은채 뚜렷하게 분리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골반과 두개골은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성인의 경우 치아의 마모 상태로 알아보는 것이 편리하다. 그러나 이도 variation, 즉 다양한 환경에 따라 변할수 있기에 주의해야 함은 기본이다. 이렇게 3시부터 6시까지 3시간가량 진행된 실습은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흥미로웠다.

 

 "법의인류학 분야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입니다. 수요도 없고, 공급도 없는 상태죠.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집단사망자관리단,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등의 수요는 존재하고, 공급이 없는 상태이니만큼 여러분이 도전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정양승 씨는 마지막으로 법의인류학에 대해 다시한번 홍보하면서, 특강을 마무리하였다.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학문인데다, 인골을 실제 만져보고 실습하는 것 자체가 생소했던 많은 참가자들 - 의대, 수의대 학생도 있었음에도 이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 은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고 법의인류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무언가 깨닫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특강이 끝났다는 사실에 아쉬워한채 자리를 떠났다.

 

김지수 기자(justice.n.law@gmail.com)

 

 

ELiN,

빠르고 정확하며 왜곡있고 진실된 알수없는 부정규 뉴스,

경제법학회 부정기뉴스

(SNU Economic Laws Irregular News)

알랭 드 보통의 사랑

 섹스가 친밀함의 상징이기는 하다.

그러나 섹스자체가 두 사람이 친밀해지는 것을 보장하진 않는다.

오히려 섹스가 상징하고 있는 이상적인 조건을 깨뜨릴 수도 있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좀더 험난한 과정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누군가와 섹스를 나누는 것은,

마치 책을 사두고 그것을 읽었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

 

(중략)

 

"침대로 끌어들이기 전에 서로에 대해 좀더 친밀한 과정을 거쳐야겠지."

"이를테면?"

"음, 질투를 갖게된다든가 맹세하는 것, 솔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거나

토하기, 코 후비기, 발톱깎는 모습까지 보여주는것?

 

(중략)

 

따라서 친밀해지는 것은 유혹과는 정반대의 과정을 거친다.

친밀함을 보인다는 것은 상대방으로부터

비호의적인 판단-사랑할 가치가 거의 없다고 생각되는-이 초래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Kiss & Tell)> 중에서

 

 

 

... 반면 미성숙한 사랑

[나이와는 거의 관계가 없기는 하지만]

이상화와 실망 사이의 혼란스러운 비틀거림이며,

환희나 행복의 감정이 익사나 섬뜩한 구토의 인상과 결합되어 있는 불안정한 상태이며,

마침내 답을 찾았다는 느낌이 이렇게 헤맨적이 없다는 느낌과 공존하는 상태이다.

[절대적이기 때문에]

미성숙한 사랑의 논리적 절정은 상징적이든 현실적이든 죽음이다.

 

 (중략)

 

미성숙한 사랑은 타협을 용납하지 않는다.

 

(중략)

 

금욕주의의 핵심에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실망시킬 기회를 주기 전에 스스로 실망해버리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금욕주의는 다른 사람과의 애정에서 생기는 위험,

사막에서의 삶보다 더 큰 인내심이 있어야 직면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항하는 서툰 방어였다.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Essays in Love)> 중에서